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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jtbc 캡처.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

또 드러난 음모론의 단면… 9년 만에 갑자기 나타난 ‘조순제 녹취록’

Fact
▲최태민씨의 의붓아들인 조순제씨의 ‘녹취록’이 채널A, JTBC, TV조선 등 3개 종편채널에 11월 2일, 7일, 8일 잇달아 공개됐다. ▲이 녹취록은 “박근혜는 꼭두각시”라는 내용으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 이명박 후보캠프에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9년 동안 방치돼 있던 이 녹취록이 느닷없이 나타나, 두 차례에 걸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직후 종편 3사에 의해 집중 보도됐다. ▲JTBC가 입수한 ‘최순실 태블릿’도 2014년 3월 이후 2년 6개월 동안 방치돼 있다가, 갑자기 드러났다.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 4개 언론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9년 종편 허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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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나의 꼭두각시였다.”

11월 2일 ‘채널A’가 보도한 ‘조순제, 최순실에 밀려난 의붓아들’이라는 제목의 기사 내용이다.  

조순제씨는 최태민씨의 의붓아들로, 최태민씨와 함께 ‘구국봉사단’을 만든 사람으로 알려졌다. 1960년대에 문화공보부 장관 비서를 지냈으며, 구국봉사단에서는 홍보실장 직함을 갖고 있었다. 육영재단 운영에도 관여하다가, 영남대 부정입학 사건 당시 박근혜 당시 영남대 이사와 함께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2007년 12월 20일, 대선 바로 다음날 사망했다.


photo=TV조선 캡처. 


채널A, JTBC, TV조선 일제히 ‘조순제 녹취록’ 보도

채널A는 “최태민씨의 의붓아들인 조순제씨의 녹취록을 입수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최태민의 역삼동 집에 자주 갔고,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친해진 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한 10·26 이후”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조순제 녹취록을 입수했다”면서 ‘특종’ ‘단독’ 등의 표현을 달고, 동일한 기사를 보도한 언론사는 채널A 뿐이 아니다. 

JTBC는 11월 6일 탐사프로그램 ‘스포트라이트’를 통해 ‘조순제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방송은 녹취록 내용을 인용해 “돈 천지였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돈 다 냈다. 돈은 철저히 최태민이 관리했다”면서 “10·26 이후 뭉텅이 돈이 나왔다”고 했다. 

JTBC는 “출처가 밝혀진다고 해도 공개하기 힘든 사생활까지 들어있다”면서 “녹취록에서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사람, 이런 게 몇 차례에 걸쳐 나오고 있다”고 했다.

TV조선도 11월 8일 ‘TV조선 특종’이라며 ‘조순제 녹취록’을 보도했다. TV조선은 조순제씨의 육성 녹음 파일을 공개하며 “최순실씨가 아버지(최태민)의 돈 심부름을 하면서 떡고물이 묻었는지, 벤츠 승용차를 사고, 알짜배기 건물을 사서 재산을 불렸다”고 했다. 

TV조선은 “당시 녹음 자리에 참석했던 인물에 따르면, 녹음기를 끈 상태에서는 더욱 놀라운 증언도 많이 했다고 한다”면서 “내용 중 일부를 듣기는 했지만 워낙 충격적인 내용이고, 정작 증언자가 이미 사망한 상태이기 때문에 방송에서 옮기기는 조심스럽다”고 했다.


photo=JTBC 캡처. 

9년 동안 쳐박혀 있던 녹취록… 종편 3사에 갑자기 등장

이들 3개 종편은 이 녹취록에 대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캠프에서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녹취록의 입수 과정이 석연치 않다.

JTBC는 11월 6일 “이 녹취록 존재에 대한 제보를 받은 뒤 녹취록을 찾아 나섰고, 입수하게 됐다”고 했다. 이 방송은 “2007년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캠프에서 나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누구’를 통해서 ‘어떻게’ 입수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JTBC는 입수한 녹취록이 ‘원본’과 일치하는지에 대한 확인 여부도 밝히지 않았다. 2007년 이명박 후보캠프에 있었던 누구를 상대로 어떻게, 입수한 녹취록의 진위 여부를 확인했는지에 대한 언급도 없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녹취록’의 진위 여부에 의문을 품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녹취록 출처에 대한 TV조선의 설명은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킨다. TV조선은 11월 8일 “이 녹취록은 (2007년 이후) 지난 9년 동안 방치돼 있었다”면서 “당시 이명박 캠프 관계자들도 이 녹취록이 어디에 보관돼 있는지 알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TV조선은 “우연히 입수하게 됐다. 자세한 경위는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채널A 역시 “단독 입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녹취록의 출처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워낙 충격적”이라면서 내용은 밝히지 않아

의문점은 또 있다. ‘9년간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녹취록’이 갑자기, 왜 이들 종편 3사에만 공통적으로, 그것도 같은 시기에 입수됐느냐 하는 점이다. 이들 종편 3사는 하나같이 “워낙 충격적인 내용” “공개하기 힘든 사생활”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러면서도 관련 내용이 무엇인지는 일체 밝히지 않았다. 전형적인 포퓰리즘 보도다.

이로 인해 정치권 일부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를 뒤에서 조종하는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는 “조순제는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팽’을 당한 인물”이라며 “결국 조순제 녹취록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에 대한 각종 나쁜 소문을 종합한 것”이라고 평했다. 

이 관계자는 “조순제 녹취록은 ‘최순실 게이트’로 악화된 국민감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소재인 셈”이라며 “수년간 잠자고 있던 해묵은 녹취록이 갑자기 종편 3사로 넘어가 집중적으로 보도된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친박계 일부 의원들은 ‘배후가 있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JTBC가 입수한 ‘최순실 태블릿’도 2014년 3월 이후 2년 6개월 동안 방치돼 있다가, 갑자기 드러났다.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 4개 언론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09년 종편 허가를 받았다. 


photo=채널A 캡처. 


전형적인 포퓰리즘식 보도

조순제씨는 최태민씨의 다섯번째 부인 임선이씨의 전 남편 소생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씨의 큰 언니인 최순영씨도 임선이씨의 전 남편 소생이다. 조순제씨와 최순영씨는 최태민씨에게 의붓아들과 의붓딸이 되는 셈이다. 최태민씨와 임선이씨 사이에서 태어난 최순실씨는 조순제씨와 이복이다. 

이명박 캠프에서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연재한 ‘정두언 회고록’에는 조순제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정두언 전 의원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정무부시장을 맡았으며, 2007년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캠프 선대위 기획본부장과 전략기획 총괄팀장으로 활동한 MB계 핵심 인사다. 대선 경선에선 박근혜 후보 검증팀을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08년초 ‘청와대 권력 암투’를 폭로해, 권력 핵심에서 멀어졌다. 정두언 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조순제는 최태민의 의붓아들로 최태민의 마지막 부인이 데려온 아들이다. 과거에 문공부장관 비서관도 지낸 조순제는 박희태, 최병렬과 동년배 지기라고 알려져 있다. 똑똑한 사람이었다. 최태민은 공식적으로 아들이 하나도 없었다. 다 딸이었다. 데리고 있는 아들이라고는 의붓아들 조순제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구국봉사단부터 시작해서 영남대, 육영재단까지 사실상 도맡아 한 사람이 조순제로 알려져 있다.” 

이미 알려진 내용을 ‘특종’이라며 다시 보도

익명을 요구한 다른 여권 관계자는 “조순제 녹취록은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흠집내려는 목적으로 작성된 것일 수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보도시점을 살펴보면 더욱 이상하다. 채널A가 보도한 11월 2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1차 대국민사과를 한 10월 25일 이후다. JTBC와 TV조선은 각각 11월 6일과 11월 8일에 보도했다. 이때는 2차 대국민사과(11월 4일) 직후다. 특히 2차 대국민사과 직후는 보수층을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이 형성되고 있던 시점이었다. 보수 입장에서 정권 재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탈(脫) 박근혜’를 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탈 박근혜’ 이후 보수언론을 포함한 보수진영과 제3지대가, 개헌이든 뭐든 정계개편을 통해 정권을 재창출한다는 시나리오가 있다는 말이 있다.”  

이 관계자는 “2007년 조순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미 공개된 녹취록을, 9년 뒤 종편3사가 ‘특종’이라며 다시 공개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회고록’에서 “조순제는 경선 막바지 경 일요일, 기자실에서 강재섭 대표에게 탄원서를 내면서 ‘이런 사람은 안 됩니다’라는 제목으로 박근혜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그런데 그 당시 언론은 박근혜에 대한 것은 취급을 잘 안했다”면서 “박근혜의 동생 박근령이 ‘최태민을 우리 언니한테서 떼어 주세요. 저 놈이 우리 언니 뿐만 아니라 다 망칩니다’라는 내용으로 노태우 대통령에게 보낸 탄원서가 언론에 알려졌을 때도 겨우 오마이뉴스만 보도를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MB 측에서는 결정적인 자료들을 공개해도 언론에서 보도를 안 하니, 나중에는 인쇄소를 하나 접수해 책자로 만들어서 전국의 지구당에 뿌려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 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 photo=정 전 의원 페이스북. 

정두언 전 새누리 의원도 ‘배후설’ 주장

정두언 전 의원 역시 정치권에 나도는 ‘배후설’을 주장한 바 있다. 그는 10월 27일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앙심을 품은 누군가가 철저하게 조직적으로 기획한 일종의 복수전”이라고 분석하며, 그 배후로 정윤회씨를 지목했다. 

그런데 온 나라를 마비시킬 정도의 초대형 정치 이슈를 정윤회 개인이 혼자 주도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이 정도의 대형 이슈는 특정 정치세력과의 제휴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박근혜 캠프에서 오랫동안 일한 정윤회씨 입장에서 특정 정치세력과 제휴를 한다면, 그것은 야권이 아닌 여권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여권은 ‘친박계’와 각을 두고 있는 ‘비박계’ 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분석의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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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7, 업데이트: 2016-12-07 20:28:27